김치와 타말레가 같은 테이블에 오를 때 : 이주·다언어 가정의 문화 혼합과 새로운 의례
집 안에서 언어, 음식, 명절이 스며드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. 아이가 학교에서 배워 온 노래 가사가 식탁에서 흘러나오고, 어른들이 전화로 쓰는 말투가 거실 공기를 바꾸며, 냉장고에는 고추장 옆에 옥수수 잎 포장이 나란히 놓인다. 이주·다언어 가정은 이처럼 서로 다른 습관과 기억이 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면서, 매일의 행동을 다시 짜 맞추게 된다. 그리고 그 반복의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집안 의례가 태어난다. 의례는 거창한 의식만을 뜻하지 않는다. 매주 토요일 같은 시간에 전화로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것, 생일에 꼭 두 언어로 축하 노래를 번갈아 부르는 것, 첫 한 입을 누구에게 건네는가 같은 사소한 규칙도 모두 의례다. 오늘은 언어, 식탁, 명절이라는 세 축을 따라, 다언어 가정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..
2025. 8. 23.